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김영랑-모란이 피기까지는

겸둥이 김정겸 2025. 4. 7. 10:18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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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란이 피기까지는

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.

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,

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.

오월 어느 날, 그 하로 무덥던 날,

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

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,

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,

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,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.

삼백 예순 날 한양 섭섭해 우옵내다.

모란이 피기까지는

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, 찬란한 슬픔의 봄을.

 

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봄의 아름다움과 그리움, 그리고 삶의 덧없음을 깊이 있게 표현한 시입니다. 이 시는 모란이 피기까지의 기다림과 그 꽃이 지고 난 후의 서운함을 통해, 인생의 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그 순간이 지나간 후의 허무함을 느끼게 합니다.

 

첫 구절에서 "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테요"는 기다림의 미학을 드러냅니다. 모란은 봄의 상징으로, 그 꽃이 피기까지의 시간은 희망과 기대가 가득한 시기입니다. 이 구절은 우리가 삶에서 소중한 순간을 기다리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.

 

이어지는 구절에서 "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,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"는 모란이 지고 난 후의 상실감을 나타냅니다. 꽃이 떨어지는 순간, 그동안의 기대와 희망이 사라지고, 그 자리에 서운함과 슬픔이 자리 잡습니다. 이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질 때 느끼는 감정과도 연결됩니다.

 

"오월 어느 날, 그 하로 무덥던 날,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"이라는 구절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사라지는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. 여름의 더위가 찾아오고, 모란이 지면서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모습은 인생의 덧없음을 상기시킵니다.

 

"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없어지고,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"는 모란이 사라진 후의 공허함을 표현합니다. 이 구절은 우리가 삶에서 이루고자 했던 것들이 사라질 때 느끼는 상실감과 그로 인해 무너지는 자아를 드러냅니다.

 

마지막으로 "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,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"는 모란의 시기가 지나면 그 해의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는 절망적인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. 이는 인생의 한 해, 한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.

 

 

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기다리며 그 아름다움에 감동합니다. 이 시를 읊조리고 싶어하는 심리는 바로 그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동시에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. 벚꽃이 만개할 때의 찬란함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지만, 그 꽃이 지고 나면 느끼는 서운함은 인생의 진리를 상기시킵니다.

 

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은 이러한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. 봄의 찬란함과 그 뒤에 오는 슬픔을 함께 느끼며, 우리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더욱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. 이 시는 단순한 기다림의 노래가 아니라, 인생의 아름다움과 그 덧없음을 동시에 담고 있어, 매년 봄이 오면 다시금 읊조리고 싶어지는 이유입니다.

 

결국, 김영랑의 시는 우리에게 삶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, 그 순간들이 지나간 후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. 봄의 아름다움은 잠시일지라도, 그 순간을 기억하고 느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의미가 아닐까요?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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