간이역도 역이다. 다만 부정기적인 곳이다. 늘 같은 시간에 정차하여 사람을 토해놓는 정규 역과는 달리 비정규직의 힘든 삶을 달래줄 수 있는 곳 같은 아늑한 곳이다. 우리네 삶이라는 것이 일직선으로 놓여진 길을 정해진 시간에 달리는 증기기관처럼 “인생이라는 정해진 레일(rail)위로 씩씩거리며 달려온, 그래서 정확하게 짜여진 마스터플랜 같은 삶”을 살아가고 있다. 그래 이제 한번쯤은 오랜 세월을 잘 버텨온, 그러나 녹이 슬어 한쪽 구석에서 쉬고 있는 고장 난 시계가 되어 보고 싶고 인적이 드문 간이역에서 정차하여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바라보고 싶다. 철길은 도착점이 있다. 우리 인생도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향해 장군(將軍)처럼 굿굿하게 앞을 향해 나간다. 그러나 가끔은 간이역에 하차하여 나를 들여다보..